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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쿠바 수교 이튿날 찾은 아바나…곳곳서 한국산, '시간 멈춘 듯' 옛 제품군도 'K팝·드라마' 한류 열풍 속 민간 차원 교류 증대 기대감도…10월 한국 문화주간 예정멕시코시티서

[쿠바를 가다] 이미 깊숙이 들어온 한국…"이제야 수교?" 청년 손엔 갤럭시폰

[쿠바를 가다] 이미 깊숙이 들어온 한국…

韓·쿠바 수교 이튿날 찾은 아바나…곳곳서 한국산,쿠바를가다이미깊숙이들어온한국이제야수교청년손엔갤럭시폰 '시간 멈춘 듯' 옛 제품군도
'K팝·드라마' 한류 열풍 속 민간 차원 교류 증대 기대감도…10월 한국 문화주간 예정
멕시코시티서 항공편으로 2시간20분 거리, '가깝고도 멀었던 나라' 쿠바 현장 르포


2024년에 홍보하는 '갤럭시 S9'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한 휴대전화 매장에 2018년 글로벌 출시된 삼성 갤럭시 S9 홍보물이 놓여 있다. 2024.2.16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원래 수교국이 아니었나요?"

쿠바 수도 아바나에 사는 호세 안토니오(28)는 15일(현지시간)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도심 건물 앞 벤치에 앉아 한동안 통화를 했다. 그가 손에 든 휴대전화는 삼성 갤럭시 모델이었다.

그는 '한국과 쿠바 수교 사실을 아느냐'는 물음에 관련 기사를 전날 TV 뉴스를 통해 봤다고 했다. 쿠바의 국영 TV 채널에서는 하루에 수시로, 꽤 오랜 시간 자국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호세 안토니오는 오히려 "저는 지금껏 (우리나라가) 한국과 수교를 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며 "이제야 (관계를) 맺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 중간중간 그의 한국산 스마트폰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들리는 익숙한 문자 메시지 알림음(스페이스 라인)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이 20대 쿠바 청년에게 양국 외교 관계 수립은 '인제야 이뤄졌다'는 의미에서 뜻밖의 일로 여겨진 것으로 보였다.

한밤중 전격적으로 나온 수교 발표에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 한국에서 놀라움과는 그 결이 크게 달라 보였다. 그만큼 한국은 쿠바 깊숙이 이미 들어와 있는 듯 했다.

한국·쿠바 유엔대표부가 14일 미국 뉴욕에서 외교 공한을 교환하며 수교를 공식화한 이튿날 현지 분위기를 직접 느끼기 위해 부임지인 멕시코시티에서 곧바로 쿠바 아바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2시간 20분 정도 만에 아바나 공항에 도착했다. 멕시코 동쪽 캉쿤 국제공항이나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출발한다면 1시간 10∼20분이면 도착할 만큼 짧은 거리다.

그동안 '가깝고도 멀었던' 나라인 쿠바 입국 심사에서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서 한화 2만3천원 상당에 구입한 비자 카드와 항공권, 여권 외에 다른 것은 보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반세기 넘게 북한의 '형제국'이었던 쿠바는 그간 한국과 여간해서는 가까워질 수 없는 먼 나라로만 여겨졌지만, 이미 이곳에는 고품질 한국산과 한류가 심은 '교류의 씨앗'이 새싹으로 움트고 있었다.

아바나 도로에 주차된 고급 차량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도심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4.2.16


'수교국' 쿠바 도심 도로에서는 형형색색 클래식 자동차들 넘어 현대차와 기아의 중소형 승용차가 쉽게 눈에 들어왔고, 호텔과 대형 점포에는 LG 가전제품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과거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 등 형태로 쿠바에 일찌감치 들여온 것들인데, 중고 시장에서 여전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앞서 호세 안토니오의 이런 반응은 아바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브랜드' 제품을 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정식으로 직접 수출입 관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아니어서 '시간이 멈춘 듯한' 과거의 제품군도 눈에 띄었다.

예컨대 쿠바 도심에 있는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 맨 처음 고객들을 반기는 건, 2018년 글로벌 출시된 '갤럭시 S9' 홍보 진열대였다.

실제 재고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앞서 한국과의 관계가 끊어지게 된 계기인 1959년 혁명 이래 쿠바에서는 사회주의 체제를 국가의 근간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획 경제 시스템 속에서 자유로운 물품 수입에 큰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구입해 들어오는 것까지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의 아바나 주민들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도심에서 주민들이 버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2024.2.16


'미수교'였던 상태에서 쿠바에 한국을 알린 공신은 또 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K팝과 K드라마 역시 쿠바에 큰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문윤미 쿠바 주재 영사협력원(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은 "올해에만 한류 관련 각종 행사가 여럿 개최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협의 중인데, 양국 수교로 (행사 진행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10월 말에는 아바나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한국 문화 주간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30여명(2023년 기준) 규모의 한인사회는 이를 통해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서도 역시 쿠바 내 봉사활동을 비롯한 교류 프로그램 개설을 문의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달러 또는 현지 통화로의 직접 이체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당장 한국 기업들이 쿠바에 대거 진출한다든지 미국 전자여행허가제(ESTA) 배제 가능성 때문에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린다든지 하는 일은 없겠지만, 민간 차원의 접촉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벌써 체감할 수 있었다.

쿠바 아바나 해변 산책로
[촬영 이재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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